○ 작성자:사무국

○ 작성일:2000년 11월 25일(토) 14:34

♣ 제 10회 영미문학연구회 학술대회 보고서

제10회 영미문학연구회 학술대회 보고서

2000년도 가을 영미연 학술대회가 지난 10월 28일 한국방송통신대학 별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약 70여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작금의 화두인 "번역, 무엇이 문제인가: 문학번역의 현황과 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영미연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윤지관 선생님이 기조발제로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기조 발제의 제목은 "번역의 정치학: 외국문학의 번역과 근대성"이었다. 기조 발제는 번역 작업에서 흔히 놓치기 쉬운 "무엇을, 어떻게, 왜 번역하는가"의 문제를 번역의 정치학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번역과 권력, 저항과 번역, 번역의 이념 등등의 어휘들은 참신한 접근법이었고 토론자들과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논란거리였다. 필자는 번역의 정확성에 대한 이념이 "탈근대의 지향과 아울러 한편으로 실현해 나가야 할 근대의 달성"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밝히고 있다.

제1발제는 "문학번역의 기술번역학적 고찰: 영한번역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곽성희선생님이 발표해 주셨다. 번역학을 전공한 필자답게 생소한 어휘(출발어, 도착어)가 눈에 띄는 발제문은 번역의 목적, 번역의 단계, 연구방법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에 따르면 "문학번역이 비문학번역보다 원문 중심적"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문학번역의 주목적이 출발언어권의 문화수입이고 비문학번역의 주목적이 정보전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논리이다. 그러나 이런 구분법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필자 역시 이 구분법을 절대적으로 따르라고 말하지는 않고 있다. 필자는 "텍스트와 상황이 번역과정을 결정한다. 특정 상황의 특정 텍스트를 언급하지 않고 번역에 관한 일반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다. 단 하나의 번역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번역 과정이 존재한다. 번역은 번역 상황, 번역자의 능력, 원문과 번역문의 교차점에서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제2발제는 송승철 선생님의 "이론 번역의 국적성: 비평용어사전에 대한 비판적 검토"였다. 필자는 훌륭한 사전의 등장이 학문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기존의 국내 용어사전의 번역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비평용어사전의 계보는 1976년 이상섭 교수의 {문학비평용어사전}의 등장을 출발점으로 주로 영미 학자들의 저작을 번역하는 수준에서 요즘은 각 분과 학문에 필요한 전문용어사전이 등장하는 등 양적인 면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에이브럼즈의 용어해설 4판이 세 군데서 출판되는 등 큰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든 면이 많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기존의 번역본 가운데 필자는 한국의 용례등을 이용하여 한국적 풍토에 맞게 사전을 편찬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이상섭 교수의 번역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90년대 이후 문학, 문화 담론에 등장하는 필수용어들에 대한 표제어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필자는 특정 분야의 용어가 거의 배제된 경우도 있는 예로 들면서 균형잡힌 용어사전 편찬의 중요함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제3발제는 조영미 선생님이 서양의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관한 번역의 역사와 그 내용을 검토해 주셨다. 놀랍게도 국내에 {햄릿} 초역이 나온 것은 1923년이다. 그러나 이 초역은 영어본이 아닌 일어본의 중역이었다. 조영미 선생에 따르면 영문학자들에 의한 전집 형태의 번역이 나온 것은 1964년의 일이다. 요즘 셰익스피어를 운문을 살려 번역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것은 군데군데 자구수를 맞추느라 의사전달이 전혀 안 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또 하나의 특징은 일단 나온 번역을 계속해서 고치면서 개정판을 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셰익스피어 번역의 특이한 현상이기도 하다. 또한 공연을 염두에 대고 원전을 대담하게 생략하고 각색한 번역도 눈에 띈다. 셰익스피어 번역의 원전을 어떤 판으로 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다. 제1사절판과 제2사절판 그리고 이절판 가운데 우리나라 역자들이 택하는 판본은 거의 제2사절판이란 점도 필자는 지적하고 있다. 또 필자는 영어판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판본인 뉴케임브리지판은 이절판을 중심으로 편찬되어 있고 제2사절판의 내용은 괄호로 처리하고 있다면서 국내 번역자들의 판본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번역은 새로운 번역과 개정판이 나오면서 틀린 문장과 고어투의 번역이 많이 개선되고 있는 상태지만 아직 걸림돌이 많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번역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4발제는 김진경 선생님의 "Moby-Dick/{백경}/{고래 모비딕}: Moby-Dick 번역의 문제점들에 대한 고찰"이었다. 필자는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번역관을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번역자에 따라 원작은 여러 가지 상이한 면모를 가지게 된다. 즉 번역자는 원작과 번역작을 굴절 없이 연결해 주는 투명한 존재가 결코 아니다" 이어서 필자는 번역에 대한 국내의 사정을 언급하면서 번역 자체의 어려움 이외에 번역이 활성화되기 힘든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모비딕}의 국내 최초 번역이 일본어본의 중역이라는 점을 밝힌 다음 그동안 번역 사업이 부진한 이유를 번역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결여에서 찾고 있다. {모비딕}이 워낙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필자는 그 가운데 문제점이 두드러진 대목 몇 군데를 골라 새로운 번역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좋은 번역이 나오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우선 훌륭한 번역가들이 나와야 하고 번역에 대한 평가 역시 그 노력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론자들의 질문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결국 번역의 핵심인 충실성의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같다. 즉 원문에 충실하느냐, 아니면 도착어의 문화에 충실하느냐의 문제이다. 창조적 반역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원문에 충실할 수 만 있다면 그 보다 좋은 번역은 없겠지만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결코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학술대회준비위원회